"재밌게 잘 놀았어요"…한국대중음악상 떠나는 이지선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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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잘 놀았어요"…한국대중음악상 떠나는 이지선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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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음악성 중심주의로 명실상부 '한국의 그래미상'으로 자리매김한 '한국대중음악상'(KMA·한대음).

2004년 제1회를 시작으로 지난달 20회까지 해당 시상식이 뚝심 있게 치러진 까닭은 김창남 선정위원장(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이 중심을 잡고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음악 전문가 집단의 '민주적 지성'이 함께 한 덕분이다. 올해 4관왕을 차지한 프로듀서 겸 DJ 이오공(250) 같은 걸출한 뮤지션들은 물론 '그래미 노미네이트 뮤지션'인 글로벌 슈퍼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들도 해당 상의 권위를 인정해 바쁜 스케줄 가운데도 직접 시상식을 찾아올 정도의 시상식이다.

그런데 상업성이 짙은 이전 국내 음악 시상식에 대한 일종의 대항문화(對抗文化)로 시작된 이 비영리 민간단체의 대안적 음악상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운영의 살림살이는 빡빡했다.

지난 20년간 매년 사무국을 잘 꾸려온 이지선 사무국장의 역할이 컸던 이유다. 김 선정위원장이 한대음 사무국의 뼈대라면, 이 사무국장과 사무국은 근육이다. 행정적인 일처리를 도맡아 바쁘게 움직이며 수십명의 선정위원들의 의견을 모으고 전달하고 나눴다. 1990년대 중후반부터 홍대 앞에서 '1세대 문화기획자'로 내공을 쌓은 인디음악 산증인인 이 사무국장은 문화에서 중요한 건 체력뿐만 아니라 '마음의 근력'이라는 걸 보여준다.

한대음 1회부터 선정위원으로 함께 한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는 이 사무국장에 대해 "한결같이 이 자리를 지켜와서 고마운 분이죠. 쿨하고 정확한 태도로 선정위원 10명 몫은 했다고 생각해요. 지난 20년간 함께 하면서 서로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봤는데 여전히 길들여지지 않은 에너지가 있는 멋진 분"이라고 봤다.

이번 20회를 끝으로 선정위원장 자리를 내려놓은 김 선정위원장과 함께 이 사무국장도 한대음 사무국을 떠난다. 한대음의 큰 자산이었던 그녀라 많은 이들이 아쉬워하면서도 그간 자신의 몫 이상을 해냈다며 환송(歡送)했다. 최근 광화문에서 만난 이 사무국장은 "20년 간 잘 놀았다"며 웃었다. 다음은 이 사무국장과 나눈 일문일답.

-언제부터 문화 쪽에서 활동을 해오신 거예요?

"90년대 말부터 독립음악 잡지를 만들고, 홍대 클럽들에서 하는 '땅밑 달리기' 행사(1990년대 말 홍대·신촌 일대 인디 조직이었던 '개방적인 클럽 연대'의 월간 공연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했죠. 그때부터 계속 관련 일을 해왔어요."

-어떻게 이 업계에 발을 들이신 건가요?

"대학 때 공연기획을 하고 싶어하는 선배들이 만든 비공식 동아리가 있었어요. 거기에 가입해 학교 축제·콘서트 기획을 했어요. 제가 홍대 인근 학교를 다녔는데 그러다 인디 밴드가 있다는 걸 알게 됐죠. 라이브 클럽을 방문했는데 '문화 충격'이었어요. 그런 신(scene)이 있다는 걸 전혀 몰랐거든요. 너무 신선하고 재밌어서 계속 그 근처에 있다가 '팬진공'(언더그라운드 독립 음악문화 잡지)을 만드는 공동체에 들어가면서 인디음악 관련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죠. 당시 홍대 앞 라이브 클럽 운영이 불법이었어요.(1990년대 중후반까지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소규모 라이브클럽은 공연과 함께 음식을 팔면서 수익을 냈지만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단속 대상이었다. 당시 인디계가 여기에 항의하는 운동을 했고 결국 정부는 1999년 식품위생법 시행령을 개정해 일반음식점 내 밴드 공연이 인정됐다.) 대중음악개혁을위한연대모임(대개련)이 만들어져 클럽 합법화를 위해 나섰죠. 약 2만5000명의 서명을 받는 일을 했는데 그 당시 사무국장이었어요. 김종휘 선배(前 서울문화재단 대표)가 진두지휘하고 행정 처리가 필요하니까 제가 도왔죠. 원로 가수 출신인 최희준 국회의원님이 도와주신 기억이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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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음엔 어떻게 합류하게 되신 건가요?

"당시 지상파 등이 주최한 가요 시상식에 대해 토론회 등이 열려 비판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어요. 김창남 교수님, 당시 문화일보 이승형 기자님 그리고 문화연대 등이 대안적인 시상식을 만들어보자고 아이디어를 내서 한대음이 만들어졌는데 실무를 할 사람을 찾다 제게 연락이 온 거예요. 마침 제가 그 때 일을 쉬고 있을 때였는데 '아르바이트 해봐라'고 제안이 와서 '재밌겠네요'라면서 한 거죠. 이후 뭐랄까 시작은 있었는데 끝은 없는 거예요. 하하. 마치 계속 제가 해야 하는 것처럼 됐고 20년을 한 거죠. 한대음 초창기엔 제가 프리랜서라 가능했었어요. 문화 쪽은 겨울(한대음이 주로 열리는 시기)은 비수기니까요. 사이클이 좋았죠."

-중고등학교 때도 음악에 관심이 많았나요?

"전혀요. 꿈도 희망도 없는 사람이었어요. 대학에서 전공은 경영학이었는데 노는 걸 좋아했어요. 1학년 때 강남 나이트 클럽·락카페에서 춤추러 다녔는데 그게 문화의 전부로 알았죠. 그러다 홍대 앞에 갔는데 손이 닿는 곳에서 밴드가 연주를 하는 걸 보니 '이게 문화인가'라고 생각을 다시 하게 된 거예요. '이게 훨씬 더 재밌네'라고 느낀 거죠. 전 재밌는 걸 좋아했거든요. 그 당시 홍대엔 다양한 예술이 공존했어요. 거리에서 미술 전시회도 열리고요. 그곳에서 음악뿐 아니라 미술, 무용, 독립영화 등에 몸담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니까 문화적인 식견·관심도 넓어지는 거 같았죠. 그렇게 거기서 계속 논 거예요. 그때는 '문화기획자'라는 말도 없었어요. 재밌어서 또는 인연 때문에 이것저것 하다 보니 어느새 문화기획자가 돼 있었던 거예요."

-놀이가 일이 된 거네요.

"부모님에겐 제가 하는 일을 설명을 못했어요. '도대체 네가 하는 일이 뭐니? 이벤트 업자야?'라고 물어보셨는데 그 때는 그렇게 이야기 안 하면 설명이 안 됐죠. 하하. 지금이야 전문직 같지, 그 때는 불안정했고 주변에선 매일 놀러다니는 줄 알았거든요."

-초반엔 또 홍대 앞에서 어떤 일들을 하셨나요?

"'라음협'(라이브음악문화발전협회) 사무국장을 오래 했어요. 클럽 빵 김영등 사장님과 정부 지원 받아서 인디 음악 페스티벌로 열고요. 홍대 앞에서 갖가지 일을 했죠."

-활기가 줄어든 지금의 홍대를 보시면 안타깝다는 생각도 하실 거 같아요.

"어쩔 수 없어요. 문화라는 게 양성도 안 되지만 이식도 안 되잖아요. 상업화·산업화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죠. 또 다른 문화가 생길 거예요. 홍대 앞에서 누가 하라고 했었나요? 모두 자발적으로 했잖아요. 어디에선가 또 신선한 것들이 자라고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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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남 선정위원장님과는 한대음을 통해서 처음 만나셨던 거죠?

"청렴하시고 욕심이 없으세요. 또 민주적이고 차별하지 않고요. 그런 거 보면서 많이 배웠어요. 이런 분이 한대음 1대 선정위원장님이라는 것이 정말 감사했고요. 진짜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렇게 만들어올 수 있었던 것도 선정위원장님 덕이 큽니다."

-한대음 사무국 운영은 당연히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떤 보람이 있었습니까?

"무엇보다 자기 노력에 대한 인정이나 보상을 받을 기회가 없었던 뮤지션들이 상을 받고 너무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았어요. 또 우리 상이 새로운 창작의 자양분이 된다고 말씀 하시는 걸 듣고 뿌듯했죠. 그런 게 큰 재미였어요. 다만 그 분들을 위해 더 멋있는 무대를 만들어드리고 싶은데 '자본적 서포트'가 부족해서 늘 죄송했어요. 우리 상의 위상을 실감한 것은 여러 번이에요. 어떤 뮤지션이 미국 비자를 받는데 한대음 수상 이력이 도움이 된다고 영문으로 공문을 달라고 하는 거예요. 또 한 뮤지션이 교수직을 지원하는데 우리 시상식 수상·후보 이력이 도움 된다며 공문을 달라고도 했죠. 해외 큰 박람회에 참가하는데 이력 기재에 저희 상이 필요하다며 또 공문을 달라기도 하고. 저희는 일개 비영리 민간단체인데 이렇게 인정을 받아나가는 걸 보면서 뿌듯했어요. 이제 박준우 음악평론가(블럭(Bluc))님이 사무국을 끌어가시게 됐는데 콘텐츠를 만들고 음악 관련 일을 꾸준히 해오신 분이기 때문에 운영을 더 잘할 수 있을 거예요. 인수인계를 하고 전 옵저버 역학을 해야죠. 무엇보다 우리 한대음의 가장 큰 자산은 선정위원들인 70명에 가까운 음악 전문가들 풀이죠."

-무엇보다 사람을 좋아하시는 거 같아요. 문화 기획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겠죠?

"태생이 긍정적이기는 해요. 그런데 라음협 사무국장을 맡았을 때엔 스트레스가 컸어요. 제가 그 때 20대였는데 클럽 사장님들은 젊으면 30대이고 대부분 40~50대에 신념이 강하신 분들이었거든요. 그런 분들을 모아놓으니 긴장감이 클 수밖에 없었죠. 회의를 진행하고 의견을 중재하는 게 너무 큰 부담이 되는 거예요. 행사가 끝나고 나면 토를 하기도 했다니까요. 그런데 그렇게 훈련을 하다 보니, 이제는 선정위원님들 수십명이 모여도 긴장을 하지 않는 사람이 됐어요. 하하."

-한대음과 함께 청춘을 보내셨는데 한대음은 어떤 의미로 남을까요.

"음악 옆에서 대개 재밌게 잘 놀았어요. 음악인, 평론가를 비롯해 다양한 분들이 한 마음이 돼 재밌게 잘 놀았죠. 힘들었던 것보다 즐거웠고 보람됐던 것들이 더 남아요. 지인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고요. 사무국장을 하면서 절대적인 원칙이 있었어요. 일을 맡기면 액수가 적더라도 돈은 꼭 주자는 거요. 우리가 의미 있는 일을 하니까 공짜로 해줘라는 태도는 지양했어요. 공짜로 해달라는 방식은 우리 시상식 철학과 안 맞거든요. 음악인들의 권리와 자존감을 높여주려고 하는데 아무리 좋은 가치를 가지고 한다고 해도 그건 아니죠. '재능 기부'라는 말을 정말 싫어하는데 재능기부, 자원봉사를 요구하는 건 그들의 존엄을 해치는 일이거든요. 무엇보다 적은 돈에도 저희를 믿고 계속 함께 해준 분들에게 정말 감사해요."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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