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추승현 기자 = MBN 예능물 '오빠시대'가 2023년판 국민 오빠를 탄생시킨다. 오디션 프로그램 홍수 속에서 경쟁보다는 8090 시절 명곡을 다시 수면 위로 올리는 것에 초점을 뒀다. 그 시절을 기억하는 세대들에게 진한 향수를 일으킨다.

문경태PD는 6일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호텔코리아에서 열린 '오빠시대' 제작발표회에서 "타 오디션과 음악이 다르다. 트로트도 그 시대에 많이 사랑을 받았지만 배제했다"며 "요즘 트로트, 아이돌 음악이 사랑을 받고 있지만 TV를 틀었을 때 8090 음악이 나오고 많이 노출됐으면 한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오빠시대'는 대중음악사 황금기로 불리는 8090 세대들의 팬덤 '오빠부대'를 불러일으킨다. 2023년 국민 오빠가 되기 위해 본선에 58팀이 진출했다. 가수 임영웅, 송가인의 보컬트레이너 장우람, '돌싱글즈2' 출연자 이덕연, '하트시그널2' 출연자 정재호, 가수 진주의 친동생인 가수 범진, 가수 김장훈의 조카 이동길, 인디밴드 중식이 밴드 보컬 정중식 등이 있다. 약 7개월의 예선을 거쳐 선발된 후보들이다.

문PD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스타가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무대도 열심히 준비하고 심사위원들도 냉철하게 심사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무대를 하면서 점점 더 성장한다"며 "돋보이는 분들이 나오고 있다. 프로그램을 보면서 우리 오빠는 누구인지 찾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심사위원들은 '오빠지기'라고 불린다. 구창모, 변진섭, 김원준, 민해경 등 8090 레전드 가수들이 중심을 지킨다. 이들은 즉석 라이브 공연까지 펼쳐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스타작곡가 주영훈, 8090 대표 DJ 이본, 음악에 조예 깊은 방송인 김구라, 소녀팬 출신 대표 방송인 박경림, 뮤지컬 배우 배해선, 그룹 '브라운아이드 걸스' 나르샤, 오디션 출신 가수 김수찬 등 11인이 함께한다. 여기에 현장을 찾은 관객들 250명이 '오빠부대' 자격으로 투표한다.

음악인이 아닌 심사위원들은 색다른 시선과 기준으로 참가자들을 본다. 김구라는 "사실 트로트 오디션 심사위원 제안도 받았는데 거절했다"며 "뮤지션이 아니라 오디션 프로 제안이 왔을 때 거절한 것이다. 기회의 장에 영향을 끼친다는 게 부담스러웠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오빠시대'를 선택한 이유는 학창 시절에 즐겨듣던 레퍼토리라 그 시절이 많이 생각나기 때문"이라며 "음악을 많이 듣는 편이라 음악적 지식이 전문가와 대중의 경계에 있어서 역할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방송인 박수홍 팬클럽 출신으로 유명한 박경림은 "그때 나의 소녀 감성을 일깨워 주는 출연자들을 보고 주체할 수 없는 행복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MC는 배우 겸 가수 지현우가 맡았다. 지현우는 "'오빠시대' 섭외가 왔을 때 내가 고두심 선배님 프로그램에 나가서 시장에 들렸다. 어머니들이 드라마 너무 잘 봤다며 반갑게 맞아주시는데 소녀 감성을 느꼈다"며 "엄마가 아니라 내 안에 소녀가 있다는 것을 느꼈으면 했다"고 말했다. 본인의 역할을 드라마 '킹더랜드'에서 윤아가 연기한 호텔리어로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58팀의 오빠들이 주인공이고 불편한 게 없는지 체크하고, 오빠지기들이 편하게 심사할 수 있게 보는 것, 그리고 오빠부대들이 지치지 않게 공연을 즐길 수 있게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주요 타깃층은 그 시절을 향유한 중장년층 팬들이다. 이제 과거가 된 소녀 감성을 일깨우는 것이 목표다. 다만 MZ세대들을 겨냥하기에는 어려울 수 있다. 문PD는 "채널 자체가 MBN이라 젊은 분들이 보지 않는다. 트로트 프로그램을 할 때도 그런 전략이었다"고 인정했다. 이어 "프로그램을 통해서 파급력 있고 이슈화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연령층이 넓어질 것으로 생각했다. 넷플릭스에도 공개된다"며 "음악의 힘이라는 건 상당히 크다고 생각한다. '응답하라 1988' 을 통해 그 시대 음악을 소비하는 젊은 친구들도 있고, 부모님을 통해서 확산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그 시절을 경험한 가수들은 타임슬립한 기분이다. 변진섭은 "스타와 팬들과 음악의 만남은 기본적으로 같다. 다른 게 있다면 그 시절은 음악을 접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지금처럼 휴대폰으로 바로 원하는 음악을 듣는 시대가 아니고, 카세트 테이프, LP로 들어야 했다"고 회상했다. 구창모는 심사기준에 대해 "똑같이 부르면 모창밖에 안 될 것이다. 노래를 잘해도 감동이 없을 것"이라며 "어떻게 재해석해서 관객들과 시청자들에게 보여줄지가 관건이다. 그런 요소들을 가진 참가자들이 많아서 놀랐다"고 했다.

오디션 포맷을 표방하지만 '오빠시대'의 목표는 조금 다르다. 문PD는 "참가자들에게 늘 이런 이야기를 한다. 노래로 줄 세우기 해서 1~3등을 뽑고 등수를 매기는 프로그램이 아니라고 한다"며 "모든 게 다 녹아있는 거다. 장르를 다양하게 소화할 수 있어야 하고, 제일 큰 방향과 시각은 스타다. 우리의 스타는 누구일까, 그게 우리 오빠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김원준은 "오디션이 1등을 뽑는 숙제가 됐는데, 아름다운 축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9시10분 첫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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