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아이를 낳은 딸 미영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없는 시어머니를 보고 속상한 엄마 봉란. 뭐가 모자라서 이런 대접을 받냐며 볼멘소리하는 엄마에게 미영도 성이 나 한소리를 한다. 돌아선 봉란은 아픈 내 새끼 속을 긁었다며 자책하고 미안해한다.

엄마와 딸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친정엄마'가 4년 만에 돌아왔다. 초연부터 14년째 출연 중인 배우 김수미는 "무대에서 엄마를 부르는 신이 있는데 그때마다 감정을 아무리 빼려 해도 울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던 고3 때 엄마가 돌아가셨어요. 대학 시험을 앞두고 있어서 엄마가 돌아가신 슬픔보다 빨리 가서 시험을 잘 봐야겠다는 생각이 앞섰죠. 그게 가슴에 한으로 남아요. 제일 그립죠."

김수미는 4일 서울 구로구 디큐브 링크 아트센터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제가 엄마를 너무 애타게 그리워하니까 이 작품을 보내준 게 아닌가 싶다"며 "제 인생에서 '전원일기'와 '친정엄마'는 무덤까지 갖고 가고 싶은 애정 있는 작품"이라고 했다.

며느리인 배우 서효림도 공연을 이미 보고 갔다고 전했다. 김수미는 "며느리는 5년 전에 이미 공연을 봤었는데 결혼 후 딸을 낳고 다시 보니 너무 많이 울었다고 하더라. 분장실에 왔는데 눈이 빨개졌다. 자식을 낳은 엄마가 특히 더 공감할 수 있는 공연"이라고 말했다.

고혜정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주인공 봉란(엄마)을 중심으로 그녀의 엄마와 그녀의 딸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자신의 딸인 미영을 키워내고 어느덧 자라 결혼하고 딸을 출산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사소하게 다투고 소중함을 느끼는 일상적인 이야기다. '님과 함께', '어쩌다 마주친 그대', '사랑은 유리 같은 것', '무조건' 등 대중가요를 활용한 음악을 선보인다.

김수미와 함께 엄마 봉란 역은 뮤지컬에 처음 출연하는 정경순과 김서라가 맡았다.

정경순은 "뮤지컬을 한번 해보고 싶었다. 노래를 잘하지 못하지만 섭외가 왔고 정극과 다른 묘한 즐거움이 있다"고 했고, 김서라는 "제 삶 속에 엄마와의 이야기와도 일치하는 게 많았다. 7년 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마지막으로 차려준 제 생일밥이 너무 맛있었던 기억이 있다. 당시엔 바빠서 후다닥 먹고 갔는데, 공연을 하면서 그때가 많이 생각난다"고 돌아봤다.

엄마와 투덕거리면서도 뒤돌아 미안해하는 딸 미영 역에는 김고은(별)과 현쥬니, 신서옥이 나선다. 김고은은 "21년차 가수이지만 뮤지컬 배우로는 신인이다. 14년 전에 했던 뮤지컬은 맛만 본 정도이고, 이번에 많이 배우고 있다"며 "남편(하하)이 오히려 떨리는지 아직 공연을 못봤다. 제가 집에서 연습할 때마다 즐거워 보인다며 응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고은을 통해 이 작품에 함께하게 됐다는 현쥬니는 "딸로서 표현할 수 있는 애정과 애증, 짜증과 투정을 세심하게 연기하려고 많이 고민하고 있다. 할 때마다 수도꼭지처럼 눈물이 난다"며 "저도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됐고, 저희 엄마가 양육을 도와주고 있는데 이 작품을 하면서 엄마를 더 챙기게 됐다"고 밝혔다.

남편이자 사위 역에는 그룹 'SS501' 출신의 김형준과 이시강, 김도현이 출연한다. 오는 6월4일까지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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