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나보단 봉준호·황동혁이 K-콘텐츠에 큰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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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나보단 봉준호·황동혁이 K-콘텐츠에 큰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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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박찬욱 감독이 이른바 K-콘텐츠에 대해 "저보다는 봉준호 감독과 황동혁 감독이 한국 영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 훨씬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지난 12월31일 미국 CNN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CNN은 이날 새해 특별 방송 '뉴 이어스 이브 라이브'(New Year's Eve Live)에서 박 감독과 대담했다. K-콘텐츠에 관한 견해와 함께 영화 '올드보이', 올해 HBO에서 방송하는 시리즈 '동조자' 등에 관해 얘기한 게 뒤늦게 알려졌다.

박 감독은 한국 영화·드라마가 최근 큰 주목을 받는 것에 관해 "(한국 콘텐츠는) 영화와 TV 시리즈를 통해 단순히 외국 관객들에게 (한국만의 특별한) 무언가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인간의 보편적 감정과 현대 사회에서 인간이 처한 상황에 대해 깊이 있게 탐구하는 데에 집중해왔다"며 "이러한 접근 방식이 전 세계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앞으로 내놓게 될 새 작품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박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은 '동조자'(The Sympathizer)는 베트남계 미국인 작가인 비엣 타인 응우옌이 2015년에 발표한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출간 이듬해 퓰리처상을 받을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인정받은 작품이다. 1970년대를 배경으로 남베트남 특수부 소속 군인인 '캡틴'이 CIA 공작원에게 발탁돼 CIA를 위해 일하게 되고, 동시에 북베트남이 남쪽에 심은 고정간첩으로서 역할 두 가지 일을 수행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스파이스릴러물이다. 박 감독의 '동조자'는 이 책을 각색해 7개 에피소드로 엮었다.

박 감독은 '동조자'에 참여한 이유에 관해 "한국의 베트남 전쟁 참전은 매우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었다"며 "이러한 배경이 있기에 전쟁과 관련된 이야기에 공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사이의 이념적 대립을 경험한 분단국가로서, 내전을 겪은 비극적인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은 한국인들에게 전쟁의 아픔이 남의 이야기만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해준다"고 덧붙였다.

박 감독이 각본을 쓰고 제작한 넷플릭스 영화 '전, 란'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전, 란'은 왜란을 배경으로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와 그의 몸종 '천영'의 엇갈린 운명을 그린다. 박정민이 종려를, 강동원이 천영을 연기한다. 연출은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2014) '심야의 FM'(2010) '걸스카우트'(2008) 등을 만든 김상만 감독이 맡았다.

그는 "역사와 전쟁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상당한 예산이 필요했다. 지금까지 제작에 참여한 영화 중 가장 많은 비용이 소요된 작품"이라고 했다. 이어 "넷플릭스는 창의성을 존중하며 감독의 비전을 지원해주는 방식으로 작업 과정에 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진행자는 '올드보이' 20주년을 축하하기도 했다. '올드보이'는 2003년에 개봉했다. 박 감독은 "영화의 강렬함이 단순히 새로움에서 오는 건 아니다"며 "복수나 근친상간 같은 소재는 전 세계 문화권의 오래된 이야기다. 신화나 전설 등에도 꾸준히 등장했다. 이런 보편성이 지금까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 같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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