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 인종차별·자본주의 앞 망치…사랑을 가르쳐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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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 명언 두려움 때문에 갖는 존경심만큼 비열한 것은 없다. - 카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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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 인종차별·자본주의 앞 망치…사랑을 가르쳐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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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노래가 사용하는 가장 쓸모 있는 무기 중 하나는 은유다.

예컨대 망치를 가지고 억압의 장벽을 무너뜨리겠다고 이야기할 때, 그 자체만으로는 힘이 부족하다. 하지만 부당한 사회에 맞설 수 있는 우아한 경고장이 될 수 있다. 개인 내면에 천착하는 대중음악에서 이런 수사학은 핍진성(逼眞性)을 획득한다.

서울·런던·뉴욕에서 장르·언어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한국계 미국 DJ 겸 프로듀서 예지(30·이예지·Yaeji)가 데뷔 6년 만에 낸 첫 정규 음반 '위드 어 해머(With A Hammer)'가 그런 경우다. 최근 영국 엑셀 레코딩스(XL RECORDINGS)를 발매된 이 음반에 대해 예지는 자기탐구 형식의 가장 '개인적인 앨범'이라고 선언했다.

작년 미국의 권위 있는 대중음악 비평지 '피치포크(Pitchfork)'가 '음악의 미래를 형성하는 25명의 아티스트' 중 하나로 꼽는 등 예지는 현재 자신의 방식으로 정체성을 형성해가는 '미래의 뮤지션'이다.

그런 예지는 개별적인 기억과 거기서 비롯된 트라우마에 대한 방어기제로 억압을 사용하지 않고 거기에 맞서는 쾌감을 선사한다. 예지가 음악을 통해 거둔 성취다. 용감할 때 가능한 변화 등을 다뤄낸다. 그 과정을 앨범 커버와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망치 캐릭터 '해머 리(Hammer Lee)'가 돕는다. 한국어와 영어 가사를 넘나들며 내면의 연약함과 두려움, 용기와 분노를 솔직하게 담아내는 데 망치가 든든한 수호자가 돼 준 셈이다.

한국 인디 록과 일렉트로니카,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의 힙합과 R&B, 레프트필드 베이스와 테크노의 영향력이 혼합된 독특한 하이브리드 사운드는 변화되는 과정 속에서 예지가 결국 자유와 희망을 만나게 되는 여정의 정경을 펼쳐보인다.

통통 튀는 일렉트로닉 비트와 멜로디로 시작하지만 서서히 어두운 분위기로의 전환을 맞는 '포 그랜티드(For Granted)', 세대 간 사고 방식의 차이를 극복하는 메시지를 담은 '던(렛츠 겟 잇(Done(Let's Get It))', 최면적인 멜로디가 인상적인 곡으로 에나옛 & 잰지(Enayet & Zanzie)가 감독한 뮤직비디오엔 모든 것이 두려웠던 어린 자신을 마주하고 용기를 다짐하는 모습을 담은 '패스드 미 바이(Passed Me By)' 등이 예다.

최근 강앤뮤직을 통해 뉴시스와 서면 인터뷰한 예지는 "결국 망치는 제게 가장 친한 친구이자 사랑을 가르쳐준 존재가 됐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녀와 나눈 일문일답.

-데뷔 6년 만에 첫 정규입니다. 정규는 의미가 남다른데요. 소회가 어떤가요?

"정규 앨범이라고 부를 수 있는 작업물을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던 이유는 지금까지 제가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느꼈기 때문이에요. 무엇이 앨범이고 무엇이 앨범이 아닌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는 없지만, 적어도 앨범을 만들때 제가 특별한 의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작업 방식은 음악적으로 배운 것과 제가 느낀 감정을 그 순간에 진지하게 몰입해서 쏟아내는 것입니다. 그래서 전체의 그림을 예상하거나 각 트랙을 계획하거나 한 가지 꾸준한 의도를 고수하는 것이 어려웠어요. 이번 '위드 어 해머'의 경우는 먼저 전체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그를 따라 앨범을 만들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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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간 차이를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담은 두 번째 싱글 '던' 뮤직비디오에 외할아버지가 출연하셨는데요. 그 계기가 있나요?

"저를 키워주신 외할아버지가 어렸을 때, 매 끼니마다 '빨리 빨리 먹어라'라고 혼내셨던 기억에서 시작됐어요. 그 당시에는 정말 스트레스가 많았고 사랑으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지금은 저를 아끼는 마음에서 그려셨다는 걸 알지만요. 그런데 지금은 제게 자식 같은 반려견이 생겼고, 저도 반려견에게 똑같은 말을 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어요. 과거에 제게 상처를 주었던 말들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는데 제가 반복하고 대물림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죠. 우리가 무의식중에 대물림하는 악순환, 세대 간의 트라우마, 고통이 있어요. 이를 인식하는 게 먼저이고 좋은 쪽으로의 변화를 꾀하는 마음과 그를 표현하는 방식에 변화를 시도해 봐야겠죠.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이 이번 생에서 우리의 사명이 돼야 하지 않을까요? 외할아버지가 저를 키워주셨고 지금도 부모님이랑 같이 살고 계신데, 하루종일 블로그만 하고 계세요. 이제 거의 90세가 되어가면서 체력도 많이 약해지셨는데, 뮤직비디오에 같이 출연하는 게 어떠실지 물어봤을 때 정말 기뻐해주셨어요. 촬영하는 동안 계속 웃으셨고, 결과물도 너무 훌륭하다고 좋아하셨어요."

-예지 씨가 직접 느낀 사회적인 강요와 억압은 무엇입니까? 직접 겪지 않았어도 우리 사회가 강요하고 있는 강요와 억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한국과 영미권이 다를 거 같기도 한데요.

"(간결하게 말하긴 많은 것을 내포한 질문이지만) 저는 미국에서 태어나 조지아 주(州) 애틀랜타의 작은 교외에서 자랐어요. 그 때 제겐 한국인 친구는커녕 아시아계 친구도 없었습니다. 모두 백인이었고 한국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죠. 저는 외모와 말투 때문에 반 친구들로부터 심한 괴롭힘을 당했습니다. 이건 한쪽의 극단적인 경우이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죠. 처음 한국에 왔을 때도 저는 한국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적응하지 못했어요. 길거리의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은 '한국인으로 태어났으면 한국말로 말해야지, 영어로 말한다'고 저를 꾸짖곤 했어요. 대학을 다니기 위해 미국으로 돌아와서 억압은 다양한 맥락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을 명확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팬데믹 기간 동안 흑인들은 여전히 살해당하고 억압받는 현실, 마스크를 착용했다는 이유로 아시아인들이 표적이 되는 현실, 무슬림과 흑인을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며 억압하는 인종차별주의가 만연한 미국, 생명보다 돈을 우선시하는 자본주의의 가혹한 현실에 직면하게도 됐습니다. 그 기간 동안 이 앨범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 저는 많은 분노를 느꼈습니다. 그러나 이 앨범을 완성했을 때는 사랑이라는 감정만 남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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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커버와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망치 '해머 리' 캐릭터는 어떻게 떠올리셨고 이 캐릭터가 음악 작업과 어떤 시너지를 내는지요.

"해머 리는 물건을 부술 수 있는 한국의 스트레스 방에 대해 알게 되면서 떠올리게 됐어요.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감시 카메라가 지켜보는 가운데 방과 대여 시간, 물건값을 지불하고 물건을 부수는 흥미롭고 신선한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었어요. 한국인으로 느끼는 깊은 억압과 분노를 남성적인 방식으로 해석한 곳이기도 했죠. 크고 무거운 망치를 들고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보고 싶었어요. 그렇게 하면 제 자신을 다르게 볼 수 있을지, 분노를 더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망치는 저에게 가장 친한 친구이자 사랑을 가르쳐준 존재가 됐어요."

-K팝 아이돌도 한국어와 영어 가사를 넘나들지만, 예지 씨의 두 언어 혼용은 결이 다릅니다. 이런 작사 방식은 음악에 어떤 효과를 주나요?

"가사에 어떤 언어를 사용할지 특별히 계획하지는 않습니다. 마치 혀 끝에서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자연스럽고 쉽게 나오는 것 같아요. 하지만 가사를 쓰는 과정들을 돌이켜보면 영어보다 한국어가 더 잘 어울리는 부분이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어요. 영어는 문자 그대로 전달하기 쉬운 반면, 한국어는 좀 더 추상적이고 시적인 표현이 가능하거든요. 원초적인 그대로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는 한국어가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 음반의 음악을 90년대~2000년대 초반의 한국의 인디록, 일렉트로니카, 팝의 융합을 시도한 결과물이라고도 하셨는데 영향을 받은 뮤지션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명해주실 수 있는지요.

"서태지님과 이정현님이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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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뮤지션 로레인 제임스(Loraine James), 떠오르는 볼티모어의 신예 너리시드 바이 타임(Nourished By Time), 뉴욕의 크루 '슬링크(SLINK) NYC'에 기반을 둔 프로듀서 케이 와타(K Wata), 에나옛 등이 피처링으로 참여했습니다. 다양한 문화권이 예지 씨 음악에 잘 녹아들어갈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원래부터 언어와 지리적 배경에 제약이 없는 공간을 창조해오셨는데 음악가, 특히 예지 씨에게 물리적인 지리적 공간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제가 다문화적인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일지도 몰라요. 또한 뉴욕에서 태어나 이곳으로 돌아와 살다 보니 다양한 유산과 배경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때때로 긴장되기도 하고 불평등을 매일 더 분명하게 보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 모든 것을 모른 채 눈 먼 외딴 현실에서 살고 싶지는 않아요. 제 음악에 반영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앨범에 참여한 뮤지션들은 모두 실제 친구들입니다. 저는 친밀한 사람들과 함께 작업하는 것을 더 선호하는 편이에요. 음악 제작은 매우 개인적이고 내밀한 작업이기 때문에 서로를 신뢰하고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만 우리 모두에게 진실한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내성적인 댄스 플로어 지향'은 예지 씨가 그간 해온 음악적 방향성을 잘 함축한 거 같아요. 이런 특징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이런 정의를 넘어서 이번 정규가 증명하듯, 점점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음악들을 들려주고 있는데요. 최근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장르는 무엇입니까?

"항상 다양한 음악을 많이 들으려 노력합니다. 요즘은 힙합, 보사노바, 인디 일렉트로니카, 인디 록,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듣고 있어요."

-북미 단독 투어에 나서는데, 이달 미국 코첼라 뮤직 앤 아츠 페스티벌 출연 무대도 관심을 끕니다.

"제 보컬은 프로덕션 상 라이브로 공연할 때 제일 흥미롭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공연 전체가 하나의 스토리로 흘러가도록, 대형 LED 스크린으로 세트가 전체가 진행되는 동안 비디오 콘텐츠를 보여줄 예정이에요. 조명도 제 친구들이 직접 제작해 설치해서 제가 디제잉을 할 때는 무대가 클럽처럼 보이면서 그 기분을 만끽 하실 수 있을 거예요."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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