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둥이 남자와 계속 만나고 싶다는 여자

L양의 입장에서는 쉽게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L양은 바람둥이 남자친구에게 메인이 될 수도 있고 메인이 될 수 없기도 하다. 왜냐하면 L양의 전남친에겐 메인이라는 개념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바람둥이라도 대개는 메인과 서브의 개념이 있다. 여자친구는 여자친구 대로 있고 그외에 짧은 관계들이 있거나 어쩌다 짧은 관계가 길어지기도 하지만 일단 메인과 서브라는 개념이 있다. 하지만 극히 소수의 경우 메인과 서브라는 개념이 없는 경우가 있는데 안타깝게도 L양 남자친구의 경우가 그렇다. 

메인의 개념이 없다는 말이 선듯 이해가 어려울 수 있겠지만 쉽게 말하면 어떤 여자든 일정 기준만 넘으면 L양 전남친에게 다 똑같은 매력적인 여자일 뿐이라는거다. 

오래 만났다고 더 정이 들고, 내게 잘해줬다고 더 고맙고, 이쁘다고 더 끌리는게 아니라 기준만 넘으면 다 똑같이 좋은거다. 다소 불편한 예가 되겠지만 바닷가에서 조개껍데기를 줍는 아이 같은거다. 이건 커서 좋고, 저건 반짝여서 좋고, 그건 색이 특이해서 좋다. 그렇게 두손 가득 조개껍데기를 줍고 더 주울 수가 없으면 그땐 손에 든 조개껍데기를 주머니에 넣고 다음 조개껍데기를 찾아 헤맨다

이런 말도 안되는 바람둥이가 존재할 수 있는건 그에게 여자를 만난다는건 조개껍데기를 줍는것마냥 너무 쉽기 때문이다. L양은 "정말 바보 같은 말이지만... 제가 메인이 될 수 없을까요?"라고 말하며 바람둥이를 향한 절절한 마음을 표현하고 있지만 놀랍게도 바람둥이의 입장에서는 L양처럼 말하는 여자들이 이미 꽤 있을 거다.

한때 L양의 바람둥이 남자친구와 같은 여자를 만났다가 호되게 고생을 한적이 있었다. 한... 6개월 쯤 고생을 하다 헤어졌는데 우연히 연락이 닿아 술한잔 하며 물어봤다. "넌 어떻게 그렇게 남자가 끊이질 않니? 관리하는게 힘들지도 않아?" 그러자 그녀는 대수롭지 않다는듯 이렇게 답했다. "관리? 안하는데? 그냥 나 지금 만나는 사람있다고 하면 자기들이 알아서 기다리겠다고 그래도 가끔은 연락해달라고 하던데?"

이렇게 초월의 경지에 다다른 바람둥이를 만나며 이 사람을 내것으로 만들고 싶다거나 적어도 메인이라도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건 판타지같은 생각이다. 

생각해봐라 L양이 뭐가 부족한가? 외모며 능력이며 어디 내놓아도 꿀리지 않는 사람아닌가? 그런 L양이 "바보같은 말이지만 메인이라도 될 수는 없을 까요?" 라는 생각이 든다는건 L양의 전남자친구에겐 그런 여자들이 이미 꽤 많다는 증거다.

L양이 선택할 수 있는건 세가지중 하나다. 바람둥이의 주머니속 여러 조개껍데기중 하나임을 인정하고 관계를 이어가거나 주머니속에서 뛰쳐나와 새로운 사랑을 찾거나 그게 아니라면 주머니속 여러 조개껍데기중 하나임을 인정하고 관계를 이어가면서 새로운 사랑을 찾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