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트라우마 때문에 연애를 못하겠다?

Y양이 연애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Y양이 제일먼저 해야하는건 Y양 스스로 자신의 문제가 트라우마 때문이 아니라는걸 인정해야한다. 알프레드 아들러는 트라우마 이론을 부정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어떠한 경험도 그 자체는 성공의 원인도 실패의 원인도 아니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서 받은 충격 – 즉 트라우마 – 으로 고통받는 것이 아니라, 경험 안에서 목적에 맞는 수단을 찾아낸다. 경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경험에 부여한 의미에 따라 자신을 결정하는 것이다.”라고.

Y양의 사례에 알프레드 아들러의 말을 적용시켜보면 이렇다. "지금 Y양은 전남친의 환승이별때문에 연애 트라우마가 생겨서 남자를 의심하는게 아니라 남자를 의심하고 싶어서 과거 환승이별의 상처를 끄집어 내는 것이다."

Y양의 입장에서는 억울 할 수 있다. 아들러가 주장하는 목적론이 본인이 겪은 환승이별의 아픔과 새로만난 남자들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본인의 괴로움을 별것 아닌 것으로 여기는 것 같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막연히 "왜 내 감정을 무시해!"라며 불쾌해하기전에 차분히 생각을 해보자. Y양을 비롯해서 연애 트라우마 때문에 괴롭다고 말을 하는 사람들의 원인론적 주장에는 두가지 생각해볼 점이 있다.

첫번째 "환승이별을 당한 사람들은 모두 Y양처럼 트라우마에 괴로워하나?" Y양과 똑같이 환승이별로 괴로워했어도 어떤 사람들은 그 일을 잘 넘기고 별 트러블 없이 다음 연애를 하는 사람들도 있을거다. 남들은 다 잘 넘기고 쉽게 새로운 연애를 하는데 왜 Y양만 유난을 떠냐는 말이 아니다.

아들러가 주장하는 목적론은 똑같은 상황속에서도 다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것에 포커스를 맞춘다. 그 말은 Y양도 다른 선택을 하면 얼마든지 그 문제의 상황속에서 벗어 날 수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며 쉽게말해 "지금은 힘들어도 너도 다른 선택을 하면 쉽게 벗어날 수 있어!"라는 응원인 것이다.

두번째 "원인론은 내 문제의 인과관계를 명쾌하게 설명해줄 수 있지만 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게 만든다" Y양이 남자를 의심하고 집착하는 원인이 과거 전남친의 환승이별로 인한 트라우마때문이라고 치자. 그러면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과거로 돌아가 전남친이 환승이별을 하지 못하게 해야한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아들러가 말하는 목적론의 측면에서 "Y양이 의심을 하고 싶어서 전남친이 환승이별을 한 과거의 기억을 끄집어내는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면, 왜 Y양이 남자를 의심하고 싶은지 다양한 각도에서 생각을 해볼 수 있고 의심과 집착에서 벗어날 다양한 방법도 시도해볼 수 있게 된다.

원인론에 입각한 트라우마 이론을 부정한 아들러도 과거의 어떤 경험이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아들러가 트라우마이론을 부정하고 목적론을 주장하는건 원인론은 모조리 틀려고 목적론만 무조건 맞다는걸 주장하는게 아니다. 아들러의 목적론은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야하는 사람들에게 과거에 묶여서 주저앉지 말고 새로운 시각과 선택을 통해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주기 위함인거다.

그러니 Y양, 자꾸 본인의 의심과 집착을 과거의 트라우마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과거의 경험에 갇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으로 규정짓고 괴로워말자. Y양이 지금의 문제를 목적론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벗어나기 어려운 문제도 선택의 문제임을 깨닫게 되고 여유를 가지고 Y양의 문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생각을 해보고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볼 수 있을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