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리다가 연락을 안하면 전남친이 돌아올까?

P양 지인들의 조언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 그동안 P양이 대책없이 전남친에게 매달리느라 P양의 가치가 깎인것도 사실이니 한 두달 정도 연락을 하지 않는것도 재회의 측면에서는 나름의 방법 일 수 도 있다.

하지만 나는 한두달 연락을 참는것을 권하지 않는다. 정확히는 다시 생각해보라고 말을 한다. 막연히 생각해보면 매달리다가 한두달 연락을 하지 않으면 상대의 입장에서 궁금해하기도 하고 빈자리를 느끼며 이별 후폭풍 같은게 올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기 때문이다. 

생각처럼 한두달의 공백기가 별 소용이 없는데에는 크게 세가지 이유가 있다. 첫번째는 말로는 "너무 매달리기만 했으니까 한달정도는 연락하지 말고 기다려야지!"라고 해놓고 2주도 못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그냥 연락을 한달 정도 하지 않는 것일 뿐인데 이걸 버틴다는건 너무 힘든 일이다. 한달 동안 아무 연락도 못한다고 생각을 하니 머릿속엔 "남자친구가 나를 완전히 정리하면 어쩌지...?", "혹시 다른 여자가 생기면 어쩌지?", "차라리 지금 연락하는게 낫나?"하는 생각들로 가득 차다보니 하루하루 버티는게 지옥같고 불안과 부정적인 감정들이 적금처럼 차곡차곡 쌓이다 결국 폭발해버린다. 

두번째는 계획한대로 잘 참고 있다가 중간에 전남친에게 연락이 왔을때 흥분하다가 관계를 망치는 경우다. 지옥같은 시간들을 잘 버티고 있는 와중에 전남친에게 가벼운 연락이 온거다. 그러면 그냥 "좀 생각났나보네?"하고 웃으며 대화를 하면 그만이지만 대개는 그게 잘 안된다. 

하루종일 "나만 좋아했던 걸까?", "이제 가능성이 없는 걸까?", "다시 연락이 없으면 어쩌지?" 따위의 생각들만 하다보니 한껏 예민해진 상태다보니 전남친의 가벼운 연락도 "이별 후폭풍인가!? 이제 만나서 잘 설득하면 우리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거야!?"라며 대책없이 흥분하며 달려들거나 "왜 저런식으로 연락해? 혹시 지금 나 가지고 노는건가!?"라며 불쾌해하며 공격적인 대응을 하다 상대를 뒷걸음치게 만든다. 

마지막 세번째는 막상 한달이 지나도 별로 달라진것 없는 현실에 더욱 불안과 조급함을 느끼며 무너지는 경우다. 처음엔 한달만 꾹 참으면 뭔가 대단한 변화가 있을것 같았지만 대개는 막상 한달이 지나봐야 별반 달라지는게 없다. 

여전히 상대에겐 연락이 없고 특별히 변한것도 없다. 뿐만아니라 한달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특별히 멘탈이 나아지지도 않고 막상 먼저 연락을 하려고 하면 머릿속엔 온통 "한달 동안 연락이 없었다는건 이미 끝이라는거 아닌가?", "다른 여자가 생겼으면 어쩌지?", "한달만에 갑자기 연락하는건 좀 이상하지 않나?" 따위의 생각들로 가득하다보니 한달전보다 더 힘들어질 뿐이다. 

그러니 한달이든 두달이든 공백기를 두지말고 계속해서 연락을 하는게 좋다는 말일까? 미안하지만 그것 또한 아니다. 내가 권하는건 막연히 기다리지말고 P양이 해야할 일, 하고 싶은일, 할 수 있는 일을 하라는 거다. 

회사일에 집중하고, 각종 모임에 나갈 수도 있고, 아는 남자 선배에게 연애 상담을 할 수도 있고, 불안과 관련한 책을 읽을 수도 있고, 너무 괴로워서 밥먹기도 힘들고 잠도 잘 안온다면 정신과 진료를 통해 증상에 맞는 처방을 받을 수도 있다. 

공백기의 시간은 아무것도 해결해 주지 않는다. 공백기를 통해 뭔가 달라지고 싶다면 막연히 괴로워하며 참고 있을게 아니라 당신 자신이 달라지는데에 투자를 해라. 전남친의 환심을 사기 위해 살을 빼고 예뻐지는데에 투자하라는게 아니라 갑작스러운 이별통보에 무너진 자신의 멘탈을 바로세우는데에 투자하라는 거다. 

P양에게 필요한건 단기간에 매력을 올리는 것도, 전남친의 이별 후폭풍을 유도하는 것도, 연애의 기술을 배우는 것도 아니다. P양에게 지금 필요한건 무너진 멘탈을 빨리 회복하고 전남친과 동등한 위치에서 당당하고 편안하게 소통을 하는 것이다.